새벽 4시, 남대문시장
리어카 하나로 시작해 40년을 지켜온 시장 상인의 하루
리어카 하나
스물두 살에 시어머니가 남대문시장 자리를 물려주셨다. 가진 거라고는 리어카 하나. 새벽 4시에 나가 자리를 펴고, 밤 8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매일이 그랬다. 40년 동안.
처음에는 양말과 속옷을 팔았다. 동대문에서 물건을 떼어 리어카에 싣고 남대문까지 끌고 왔다. 비 오는 날에는 비닐을 덮었지만 물건이 젖었다. 젖은 양말은 팔 수 없었다. 그런 날은 하루 벌이가 없었다.
삼남매 학원비
아이가 셋이었다. 셋 다 학원을 보내야 했다. 학원비가 한 달에 90만 원이었다. 90년대 초반의 90만 원. 새벽에 한 시간을 더 나가야 겨우 맞출 수 있는 돈이었다. 3시에 일어나 4시 전에 시장에 도착했다. 첫 손님이 올 때까지 혼자 자리를 지켰다.
아이들은 엄마가 새벽에 나가는 것만 알았다. 왜 그렇게 일찍 나가는지는 몰랐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손님이 줄을 섰다
90년대 중반이 전성기였다. 가게 앞에 손님이 줄을 섰다. 단골이 단골을 데려왔다. "순자 씨한테 가면 물건이 좋아." 그 한마디가 40년 장사의 비결이었다.
물건을 속이지 않았다. 불량품이 섞이면 손님이 가져오기 전에 먼저 바꿔줬다. 그게 장사를 오래 하는 방법이라고 시어머니가 가르쳐주셨다.
대형마트가 들어오다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시장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옆집이 문을 닫았다. 그 다음 달에 앞집도 닫았다. 골목이 하나둘 비어갔다.
단골손님들이 말했다. "순자 씨 가게는 없어지면 안 된다." 그 말 한마디에 버텼다. 새벽에 한 시간 더 나가기로 했다. 3시에 나가던 걸 2시 반으로 당겼다.
40년
시장 골목에서 40년을 보냈다. 삼남매가 대학을 마쳤다. 큰아들은 회사원이 되었고, 둘째는 간호사가 되었고, 막내는 교사가 되었다. 셋 다 새벽 4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있다.